나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야 했던 20대 초반 시절... 하지만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이 그랬듯, 나 역시 군대에서 그 시기를 맞이했고 군 복무 기간 중 절반 이상인 1년이라는 기간동안 GOP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보내야만 했다.
선택받은 2%의 용사들만 체험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 최전방에서의 경험을 짧게나마 풀어보고자 한다.
나는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의 주인공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12사단 을지부대 GOP 출신이다.
나는 어쩌다가 강원도로 가게 되었나...
일명 군필이라고 불리는 군복무를 마친 예비역들이 군입대를 앞 둔 동생 혹은 후배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대학교 1학년 마치고 군 입대를 예정이었던 나에게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그리고 비슷한 시기 군 입대 준비하고 있던 친구도 나에게 했던 말이다.
"일단 강원도는 피해라"
어느날... 메세지가 하나가 핸드폰으로 날아들었다. 입영 확정 문자였다.
자세한 내용 확인을 위해서 다급히 컴퓨터를 켜고 사이트에 접속해 확인했다.
내용은 이랬다. 4월 24일 102보충대로 오세요~
지금은 사라진 102보충대, 일단 가면 강원도는 빼박...
친구에게 그 소식을 알렸더니 만류하며 가지말라고 말렸다.
하지만 20대에 허세에 가득찬 그 시절의 나는 말한다.
"강원도고 뭐고 일단 빨리 갔다 오는게 장땡이지"
지금에서야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한 여름 날의 꿈, 꿀같은 수료식
102 보충대에서 내려오는 전설이 하나 있었다. 일단 2가 들어가는 사단으로 배정받으면 그 사람은 ㅈ됐다.
난수를 뺑뺑이를 통해 한명 한명씩 운명이 정해졌고, 생활관에 돌아와 다시 한번 호명을 시작했다.
나는 12사단이란다... 그 날 나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다.
XX(친구)아 나는 ㅈ됐다.
그렇게 12사단 신병교육대로 팔려나갔고, 부푼 꿈을 앉고 5주간의 기초 군사 훈련을 마쳤다.
꿀같은 훈련소 수료식 외출 후 훈련소로 복귀했고 자대배치라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마주하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복귀할 때 몰래 꿍쳐서 가져온 트윅스를 화장실 변기에 숨어서 몰래 먹었는데, 나는 아직도 그때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다시 마주치게 된 현실 자대배치
102보충대와 비슷하게 신병훈련소에서도 자대 배치와 관련된 이야기가 돌고 돌았다.
당시에는 크게 연대를 기준으로 일명 티어(등급)가 나뉘었는데, 37 > 51 >52 연대 순으로 좋다는게 정설이었다.
37연대의 경우 본부 연대라 보직이 다양해서 꿀을 빨 확률이 굉장히 높다.
51연대의 경우 부대가 모두 신막사에 위치도 시내 근처라 나쁘지 않다는 평이었고
52연대는 산골짜기에 말도 쓰러져가는 구막사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뺑뺑이에 나의 인생을 맡겼고,
생활관에서 다시 한 번 호명 되었다.
168번 훈련병 XXX, 52연대
5주간 함께 훈련을 받으며 친해진 전우조 친구들은 나를 52연대라고 깔깔대며 놀리기 시작했다.
하... 인생 쓰다... 그때 나는 또 생각했다. 도대체 내 군생활은 왜 이러는 걸까...
GOP를 자진해서 가는 사람이 있다???
나는 다시 한 번 육공 트럭에 연대로 팔려나갔다.
도착한 연대 본부에서 돼지를 우리에 가두듯이 2~3개 방에 때려박혔다.
부대 자출을 위해 험악한 표정을 한 간부들이 한명씩 들어와서 부대 PR을 시작했고, 수색대 등...
특수 임무 부대로 몇몇이 끌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군인생을 결정지을 노익장을 과시하는 원사 한 분이 들어왔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때의 대대 주임 원사의 멘트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다른 부대는 자기 부대가 뭐가 좋고 장점을 열거했다면, 우리 주임원사는 달랐다.
짧게 정리하면 협박과 회유를 했다.
"너의 군생활 거진 2년이지? 어짜피 GOP 올라갈 확률이 2/3 확률이야 지금 우리부대가 GOP에 있는데,
이등병때 올라가서 고생좀하고 말년에 내려와서 편하게 지내야지~
잘못하면 너네 상병장 말년에 GOP 올라가서 개고생한다?"
이렇게 주임 원사는 협박을 시작했다.
"너네 52연대 다 구막사 인 거 알지?
GOP는 그래도 신막사같이 침대도 따로 있고 시설도 깨끗해~"
그리고 주임 원사는 다시 회유를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주임 원사는 필살기를 꺼내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네 휴가 받기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지?
GOP가면 한 달에 근무하면 하루 휴가는 보장이야
그리고 격오지 근무로 돈도 더 준다.?
틀린말은 아니었다. 그땐 몰랐다. 이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걸...
그렇게 주임 원사의 말이 끝난 뒤, 나는 곰곰히 생각을 했고,
앞 전의 재수없던 나의 군생활들을 떠올리며 CF의 한 장면처럼 나는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GOP 가겠습니다.
다음 이야기 EP02.GOP에서 첫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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